채권이 유동화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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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삼환 작성일16-05-31 16:10 조회7,032회 댓글0건본문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라는 두 차례의 큰 위기를 거치면서 부실채권(Non Performing Loan, NPL)에 대한 관심이 지대해졌다. 경매업계에서도 그간 경매물건 위주의 전통적 경매강의에서 벗어나 NPL이 경매강의의 한 꼭지를 차지하거나 아예 NPL만의 전문 강의반을 개설하는 곳도 많이 생겼다.
부실채권은 숱한 일상적인 거래를 통해 발생하는 채권채무관계에서 원금이나 이자가 1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 내지 대출채권을 말한다. 부동산에 국한하여 설명한다면 부실채권은 금융기관의 대출금 가운데 회수가 불확실한 채권(부실 대출금+부실 지급보증)을 말한다. 금융기관의 대출금은 정상ㆍ요주의ㆍ고정ㆍ회수의문ㆍ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자산 건전성을 분류한다.
‘정상’은 이자 납입과 원금 상환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경우이며, ‘요주의’는 연체기간이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으로 현재는 원리금 회수에 문제가 없으나 앞으로는 신용상태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어 세심한 주의나 사후 관리가 필요한 대출금을 말한다.
‘고정’은 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으로 대출처의 신용상태가 이미 악화돼 채권회수에 상당한 위험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되는 대출금과 다음의 회수의문 또는 추정손실 대출금 중 회수할 수 있는 예상금액을, ‘회수의문’은 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 1년 미만이면서 대출처의 채무상환 능력이 현저하게 악화돼 채권회수에 심각한 위험이 발생한 대출금 중 회수예상금액을 초과하는 대출금을 가리킨다.
끝으로 ‘추정손실’은 연체기간 1년 이상으로 대출처의 상환능력이 심각하게 나빠져 손실처리가 불가피한 대출금 중 회수예상금액을 초과하는 부분을 말한다. 이중 부실채권은 ‘정상’과 ‘요주의’를 제외한 ‘고정’이하여신 3개를 일컫는다. 경매시장에 등장하는 부동산 또는 유체동산(차량, 선박, 항공기 등)의 경매신청채권은 대부분 부실채권으로 이해하면 된다.
이러한 부실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금융기관이 자산건전성 확보, 국제결제은행의 자기자본비율(BIS) 충족 및 국제회계기준(IFRS)을 맞추기 위해서 해당 채권을 대량으로 매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채권 유동화이며, 이 채권을 매입하는 주체가 바로 유동화전문회사(Special Purpose Company, SPC)이다. 다만 SPC는 페이퍼 컴퍼니이므로 부실채권을 직접 관리하지 않고, SPC가 매입한 부실채권의 전문적인 관리는 자산관리회사(AMC)가 한다.
외환위기 직후 부실기업과 금융기관의 채권 유동화는 정부-외국계 투자펀드(골드만삭스, 론스타, HP코리아, 모건스탠리, 싱가폴투자청 등)를 통해 이루어졌다. 그러나 200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국내에도 유동화 회사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금융기관-대형 유동화회사-중소 유동화회사-개인 및 기업투자자 구조의 유동화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부실채권이라는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았던 우리나라에서 두 차례의 큰 위기를 겪으면서 채권 유동화시장, 즉 NPL시장이 새롭게 열린 셈이다.
채권 유동화가 활발해지면서 금융기관은 부실채권의 신속한 매각을 통해 자산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경매물건 자체를 경매시장에 내놓을지 말지에 대한 필터링 역할을 유동화전문회사가 담당하기도 해 경매물건 감소의 원인이 되면서 경매시장이 필요 이상 과열되는 부작용을 낳고도 있다.
그렇다면 부실채권을 매입한 유동화회사나 개인 또는 기업 투자자들은 어떤 방법으로 수익을 낼까? 부실채권을 매입해 수익을 내는 방법으로는 크게 네 가지가 있다. 첫째, 부실채권 담보물건에 대해 경매를 신청한 후 매각대금에서 채권자로서 배당(이미 경매가 진행된 물건의 채권을 매입한 경우에는 배당 참가)을 받는 배당수익, 둘째, 채권자 지위에서 입찰에 참가하여 낙찰을 받아 추후 매각을 통해 누리는 시세차익, 셋째, 매입한 부실채권을 제3자에게 다시 되팔아 얻는 차익, 넷째, 극히 희박하지만 채무자 스스로 채무를 변제해서 얻는 이자 및 연체이자 수익이 그것이다.
이러한 유동화 구조 및 수익구조 때문에 부실채권은 유동화가 거듭될수록 수익률이 낮아지는 특성이 있다. 즉 부실채권을 매입하려면 제1 양도인인 금융기관으로부터 직접 매입해야 수익률이 높다. 만약 여러 차례 유동화 된 채권을 매입하게 되면 유동화를 거칠 때마다 제2, 제3의 양도인은 각각의 마진을 남겨야 하기 때문에 최종 소비자인 투자자는 그만큼 비싼 가격에 채권을 매입할 수밖에 없다. 제품을 구입할 때 중간 소매상을 거치지 않고 도매상으로부터 직접 구입하거나 홈쇼핑 또는 인터넷쇼핑몰에서 구입해야 더 싸다는 이치와 같다.
사설이 길어졌지만 경매물건의 채권자는 과거 주로 금융기관이 주를 이루었으나 이처럼 채권 유동화가 활발해지면서 경매정보 채권자란에 ‘○○○제○차유동화전문유한회사’라고 기재된 물건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채권이 유동화 되었다는 것은 또다시 유동화 될 가능성이 많아졌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유동화가 거듭될수록 유동화회사의 이윤이 적어지기 때문에 유찰이 거듭된다면 경매를 취하시키거나 유동화회사가 채권자로서 입찰을 통해 물건을 편입해갈 수도 있다.
특히 채권자가 입찰에 참여한다면 일반 입찰자들은 채권자가 써내는 입찰가를 당해낼 재간이 없어 낙찰받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채권자의 낙찰 확률이 높은 이유는 우선 채권매입가가 원 채권가보다 낮고 또한 채권매입 후 경매를 통해 배당을 받기까지 연체된 이자 및 지연이자까지 감안하여 입찰가를 채권최고액 한도까지 써낼 수 있어 입찰자로서 매우 유리한 지위를 겸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채권이 유동화 된 경매물건은 채권 유동화 과정을 거치면서 경매일정이 변경될 수 있고, 채권자가 입찰에 참여해 다른 입찰자를 들러리로 전락시킬 우려도 없지 않다. 또한 필요 이상 유찰이 돼 유동화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경우에는 경매물건을 아예 거둬들일 수도 있다. 어쨌든 채권 유동화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을 늘어놓은 이유는 채권이 유동화 된 경매물건을 선정할 때에는 매각기일이 변경되거나 취하될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고 선정해야 함을 주지하고자 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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