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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린 돈 안 갚으면 사기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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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삼환 작성일15-04-22 09:50 조회10,27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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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미국발 금융위기로 국내 경제사정이 더욱 나빠진 듯하다. 경제사정이 어려워지면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나게 되고, 돈을 대여한 사람이나 차용한 사람이나 마음고생이 심해진다.


차용자가 돈을 갚지 않는다면 대여자가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차용금의 지급을 명하는 승소판결을 얻은 다음 차용자 명의의 재산에 대해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대여자의 입장에서는 빌린 돈을 갚지 않는 차용자가 괘씸하게 느껴진다. 거기다가 승소판결을 얻더라도 차용자 명의로 된 재산이 없거나 충분하지 아니하여 실제로변제받기가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 때쯤이면 대여자는 차용자를 사기죄로 수사기관에 고소하여 처벌받도록 하는 방안을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러나 빌린 돈을 갚지 않았다고 하여 항상 사기죄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즉 만일 금전을 차용할 당시에는 나중에 이를 갚을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면, 그 후에 어떤 사정으로 차용금을 변제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단순한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불과할 뿐 형사상 사기죄성립하지는 않는 것이다.


이처럼 사기죄는 사기의 고의가 있을 때만 성립한다. 그런데 사기의 고의가 있었는지는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재력, 거래의 이행과정, 피해자와의 관계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도10770 판결 등). 따라서 만일 차용자가 대여자와 계속적인 금전거래가 있었는데, 일시적인 자금경색이 있어 돈을 갚지 못한 것에 불과하다면, 차용자에게 사기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다.


또 차용자가 돈을 빌리면서 차용금의 진실한 용도를 고지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로 사기죄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많은 부채가 있다는 사실을 숨긴 채 사업에 투자하여 큰 이익을 볼 수 있다고 속여 돈을 빌린 다음 이 돈으로 다른 채무를 갚는데 사용하였다면, 사기의 고의가 있다고 볼 여지가 클 것이다(대법원 1993. 1. 15. 선고 92도2588 판결 등).

사기죄로 고소하면…


대여자가 차용자를 사기죄로 고소하면, 수사기관에서는 차용 당시의 차용자의 재산상태, 담보제공 여부, 차용금변제 노력 여부 등에 관하여 여러 조사를 한다. 이후 수사기관(검사)이 차용 당시 차용자에게 빌린 돈을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판단하면 차용자를 기소하고, 그렇지 않은 단순 채무불이행이라고 판단하면 불기소처분을 하게 된다.


사기죄로 기소된 사람은 법원의 재판을 받아야 함은 물론이다. 그런데 이 때 차용자는 빌린 돈을 갚지 못하여 고소를 당한 것이기 때문에, 일단 사기죄로 기소된 다음 자신이 실은 차용 당시에 변제의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따라서 차용자는 대여자에게 빌린 돈을 갚고 합의를 한 후 법원에 선처를 구하는 것이 그나마 최선의 방책이 되는 경우가 많고, 바로 이 점을 노리고 대여자가 차용자를 고소하기도 한다. 만일 재판을 거쳐 유죄판결을 받으면 최고 무기징역형(피해액이 50억원 이상일 때)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이처럼 사기죄는 무서운 범죄이다.


필자의 실무경험상 돈을 빌렸다가 갚지 못하여 사기죄로 처벌받은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현실을 무시하거나 직시하지 못한 상태에서 지나친 욕심을 부린 것이 화근이었다는 점이다. 금전 거래를 함에 있어서도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은 늘 명심할 격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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