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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인은 적이 아니라 상생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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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삼환 작성일16-05-31 16:08 조회5,96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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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가 어렵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아마도 2002년 7월 1일 민사집행법이 시행된 이후 법적, 제도적으로 개선되고 대중화 된 경매의 모습보다는 그 이전의 복잡하고 어렵고 부정적인 시각에서 바라본 경매의 모습이 더 각인됐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경매가 어렵다고 하는 그 이면에는 경매물건을 점유하고 있는 사람들, 특히 임차인이라는 존재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나 부담이 작용하고 있을 개연성이 크다. 임차인을 비롯한 소유자 등 점유자를 어떻게 내쫓느냐는 감성적이고 온정적인 시각에서부터 낙찰 후에도 임차인이 점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비워주지 않고 버티면 어떻게 하느냐는 막연한 두려움과 같은 것이다.

지상에 건물이 있는 경우 그 건물 점유자의 절반 이상은 임차인이다. 가장임차인까지 고려하면 거의 모든 건물에 임차인이 있고, 임차인 없이 소유자나 채무자가 점유하고 있는 건물은 특별하다고 할 정도로 드물어서 오히려 감사해야 할 정도이다.

이런 이유로 일반인 시각에서 임차인에 대한 두려움이나 부담을 갖는다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하다. 경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임차인의 벽을 넘지 않고서는 경매를 할 생각을 말라’는 속설이 있을 정도로 임차인은 버겁고 힘겨운 대상이다.

그렇다면 임차인은 경매절차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 존재일까? 임차인은 경매절차 시작부터 끝까지 각 단계마다 단골메뉴처럼 등장한다. 경매라는 제도의 피해자이면서도 경매신청이라는 채권자의 지위에 설 수도 있고, 매각대금으로부터 배당을 받기 위한 배당요구 채권자이기도 하다.

또한 임차인은 대항력과 확정일자의 주체이자 우선변제권과 소액 최우선변제권을 결정짓는 배당요구라는 것을 통해 낙찰자의 생사여탈권을 쥘 정도의 막강한 파워를 갖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임차인 스스로 임차주택을 낙찰받기 위해 입찰에 임할 수도 있다.


경매절차의 마지막 단계인 명도에 있어서 임차인은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이기도 하고 골칫거리이면서 기존 임차인을 명도하지 않고 재계약 형식으로 임대차를 승계한 경우에는 어찌 보면 또 고맙고 구세주와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어떤 때는 아군이 되고 또 어떤 때는 적군인 되는 것이 바로 임차인이다. 경매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종병기 활’이라는 영화를 보면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이 여동생을 붙잡고 있는 적에게 활시위를 겨누면서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명대사가 나온다. 경매에서도 이와 다를 바 없다.

낙찰자를 비롯하여 경매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있어 임차인은 계산적이거나 이겨야 할 대상이 아니라 극복해야 할 대상, 상생의 대상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임차인을 대하는 데 있어 지나치게 계산적이면 명도협의에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고, 임차인을 마냥 이겨야 할 대상으로만 생각한다면 너무 강제집행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해서 명도를 할 수밖에 없다.


내 집이 아닌 남의 집에 거주하거나 남의 상가를 임차해 영업해야 하는 임차인은 태생부터가 약자일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임대차 승계조건 없이 임차주택이 매매가 된 경우 내가 원하지도 않았는데 이주를 해야 하고, 개발을 위해 건물이 철거되는 경우에도 강제로 쫓겨날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갖고 있다.


경매는 또 어떤가? 임차인은 전혀 알 도리가 없는 건물주의 개인적 사정으로 인해 법원에서 송달되는 경매개시결정 사실을 접하게 되고, 경매 입찰을 위해 현장조사를 나온 입찰 희망자들과도 껄끄러운 대면을 할 수도 있다. 또한 배당을 받기 위해 각종 서류를 준비해 법원에 제출해야 함은 물론 배당기일에 배당법원에 출석해야 하며, 낙찰자와 명도에 대한 길고 지루한 협의를 해야 할 경우도 있다.

그러나 임차인이 경매단계마다 발생하는 이러한 상황에 대응해야 하는 것보다 더 괴로운 것은 바로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전ㆍ월세보증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잃게 되는 엄청난 사고를 겪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임차인이 결코 낙찰자에게 우호적일 수가 없는 가장 큰 이유이다. 현장답사 차 방문을 시도하는 사람들을 문전박대하듯 냉대하는 것도 명도협의에서 이주비를 조금이라도 더 받아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도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하다.

이런 상황을 고려함이 없이 임차인과 갖은 마찰 끝에 입주한들 기분이 좋을 리 없고 이웃집이나 주변 상가에도 좋지 않은 이미지를 줄 수 있다. 그래서 임차인이 있는 건물을 낙찰 받았을 경우 가급적 임차인이 보증금을 배당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낙찰자가 큰 손해를 보지 않는 한 임차인의 요구조건을 적극적으로 들어주려 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러면서 임차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나 부정적인 시각은 저절로 극복되어지기 마련이다. 부차적으로 기존 임차인과의 관계가 개선돼 임대차 재계약을 통해 공실 부담도 줄이고 투자금액에 대한 조기회수가 가능해지는 좋은 결과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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